본 인터뷰는 매장 홍보를 위해 소매 고객에게도 배포되었습니다.
‘패션’ 하면 ‘동대문’을 떠올릴 만큼 동대문은 K패션의 본거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는데요. 사실 패션 도매시장의 첫 시작은 남대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동대문에 신설 도매 상가건물이 생기던 2000년부터 도매업에 종사했고, 광저우에 진출한 1세대 한인 도매사업가이기도 한 APM Place 사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옷에 진심인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신상마켓의 브랜드 캠페인 ‘오프카메라’의 네 번째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먼저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동대문 에이피엠 플레이스(이하 APM Place) 608호에서 멜러(MELLOR)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장우석 대표입니다.
Q. 동대문에서 도매업을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2000년 8월 23일에 동대문 APM Place에 매장을 오픈했어요.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가, 이날이 바로 APM Place 상가건물이 오픈한 날이었거든요. 그 전까지만 해도 도매업의 주상권은 남대문이었어요. 남대문 인프라가 꽉 차니까 그 수요가 동대문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거죠.
원래 아버지께서 남대문 종합상가에서 원사 장사를 하셨거든요. 가업을 이어 저도 남대문에서 일을 하다가 옷 만드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때마침 동대문에 새로 생긴 도매상가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Q. 새로 생긴 건물에 입점했으니 처음에는 쉽지 않으셨을 거 같은데, 어떠셨나요?
신설상가이다보니 고객 유입이 쉽지 않았어요. 다른 건물은 다들 장사가 잘되어 너무 바쁘다고 아우성인데 우리 건물만 휑했죠. 게다가 저는 동대문 네트워킹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창업한 터라 막막했어요. 패션업이 나랑 안 맞나 보다, 고민하던 찰나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도전해보자 싶어서 제 옷장을 다 뒤졌죠.
마침 제가 진짜 좋아하는 더플코트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옷을 직접 만들어보자 결심하고 원단부터 부자재까지 직접 다 골라서 디자인을 했어요. 최고급 품질의 더플코트를 만들어 기존 시장에는 없던 퀄리티와 디자인의 상품을 2배 이상의 가격으로 선보였는데,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소매 사장님들이 이를 알아보고 홍대 매장에 전면으로 디스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점차 매출이 1천, 2천씩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6개월만에 사업이 안정세를 찾았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22년째 동대문 토박이로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죠.
Q. 중국 광저우 도매시장에도 진출하셨다고 들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더플코트가 말그대로 대박이 났는데 원단 수급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원단 수급처를 찾으려고 광장시장까지 찾아가서 고가의 원단 브랜드와 거래를 텄는데 그곳에서 중국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2003년도에 우연한 계기로 중국을 방문했는데 인구나 소비 계층이 굉장히 큰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 달 뒤에 짐 싸서 무작정 광저우로 갔죠. 한국돈으로 150만 원 들고 한 2주 정도 있어보자 했는데 결국 광저우에 1년을 눌러앉게 되었어요. 3개월 정도 광저우 원단시장, 제조공장을 계속 돌며 살펴보다가 지인들에게 오더를 받았는데 첫 제작 상품부터 대박이 터졌어요. 성격이 직접 부딪히며 해결하는 스타일이라 중국어도 직접 배워 1년만에 언어 문제도 해결했고요.
이후 2004년 2월에 한국인 최초로 광저우 도매시장에 매장을 정식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원단시장은 오더 베이스였어요. 생산 요청을 하면 납품까지 6개월이나 걸렸죠. 소위 말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도입해 생산 시스템을 보름까지 단축하고 제조 기반도 확장하기 시작했어요. 중국 도매 사장님들도 한국 도매 사장님들에게 노하우 습득한 거죠.
이렇게 한인 사장님들이 한두 분씩 광저우 도매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APM 상가 분들이 광저우에 후메이라는 상가도 오픈했어요. 그 과정을 다 지켜보며 함께했기에 광저우에 처음 진출한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Q.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20년이 넘게 패션 도매업에 종사하셨으니 동대문 변천사를 다 보셨을 것 같아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동대문 도매업이 정점인 시기였어요. ‘패션’ 하면 당연히 ‘동대문’을 떠올리던 시절이었죠.
예전에는 TV를 켜면 KBS, MBC, SBS 등 채널이 몇 개 없었잖아요. 지금이야 종편, 케이블, OTT 서비스까지 다양하지만요. 지금 패션이 꼭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백화점 메이커, 아니면 동대문 보세옷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젊은 친구들이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기도 하고, 병행수입을 하기도 하면서 패션 브랜드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동대문 패션의 파이가 작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도매 역시 스스로 브랜딩을 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력이 도태되기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멜러 역시 인스타그램을 2년 전부터 시작했고요. 현재 팔로워 1만 이상을 보유해 인스타 라이브방송도 하고, 네이버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하기도 해요. 신상마켓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쓰고 있고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점차 더 활용하고 있어요.
Q. 신상마켓을 통해 사업적으로 도움을 받으신 경우가 있나요?
네이버에서 제안이 들어와 멜러가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는데, 때마침 신상마켓의 라이브광고도 이용하게 되었어요. 사진보다는 영상이 상품 퀄리티를 전달하기 좋기에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거든요. 그후 신상마켓 라이브광고가 1만뷰 이상 기록했고 주문수, 거래처수가 같이 따라서 오르기 시작했어요. 신상마켓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매 사장님들께 멜러라는 브랜드가 바이럴이 되면서 지금까지 봄 상품에 대한 수요도 이어지게 되었죠. 매출이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요.
Q. 신상마켓을 통해 동대문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플랫폼이 동대문 도매시장에 생겼다는 것이 신상마켓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죠. 도매 사업자들도 온라인 판매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요.
10년 전에 신상마켓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오프라인 시장이 워낙 강세이다 보니까 그냥 그런 서비스가 있나 보다 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대가 변하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에 멜러 역시 5년 전부터 신상마켓에 꾸준히 상품을 업로드 하고 있어요. 이제 일요일 밤에 신상품이 나오면 신경써서 촬영을 하고 신상마켓에 가장 먼저 상품을 올려요.
소매 사장님들 입장에서도 동대문에 직접 사입 나오지 않아도 신마(신상마켓의 별칭)에서 신상품을 다 볼 수 있으니 편리하고요. 신상마켓을 통해 도매시장의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젊은 소매 사장님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봐요.
Q. 앞으로의 목표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동대문부터 광저우까지 정말 하고싶은 것은 다 시도해보며 열심히 달려왔어요. 이제는 멜러라는 브랜드를 글로벌로 확장시키고 싶어요. 예전에는 해외에 우리 동대문 상품을 어떻게 알리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서 홍보할 수 있으니까요. 해외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멜러를 글로벌 마켓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오프카메라 공식 질문입니다. 사장님에게 '동대문'이란?
저에게 동대문이란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곳 외에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린 적이 없거든요. 광저우에 진출했을 때도 본거지는 늘 동대문에 두었죠. 20대부터 제 인생의 온갖 희로애락이 다 녹아 있는 곳이기에 놀이터 같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동대문입니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을 안겨준 동네이자 지금도 여기서 옷을 만드는 것이 진심으로 즐겁습니다. 이제 동대문이란 놀이터를 신상마켓과 연결시켜서 더 큰 놀이터로 만들고 싶네요. 동대문이 지닌 가치를 글로벌에 알릴 수 있도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