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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패션은 곧, 나의 고향이자 자부심

본 인터뷰는 매장 홍보를 위해 소매 고객에게도 배포되었습니다.
지금도 입고 있는 ‘옷’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누군가에겐 나를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즐거운 취미 생활일 수도 있을 거예요. 신상마켓을 통해 패션 도소매 사업을 운영 중인 사장님들께는 옷이 곧 생업이자 직업일 텐데요. 오랜 기간 패션 도매업을 운영하며 ‘동대문의 옷’이 나의 자부심이자 고향이라고 말하는 분이 계십니다. 옷에 진심인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신상마켓의 브랜드 캠페인 ‘오프카메라’의 첫 번째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클래식 무드의 도매 브랜드 메르(MER)를 이끄는 명지향 사장님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동대문 APM Place 7층 22호에서 메르(MER)라는 도매 매장을 운영 중인 명지향입니다. 메르는 클래식 무드에 매년 새로운 컨셉과 트렌드를 접목해 선보이는 브랜드입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모티브를 바탕으로 중성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요.
Q. 동대문에서 도매업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동대문에서 패션 사업을 한 지는 14년 정도 되었어요. 지금은 APM Place에서 퀄리티 높은 메르라는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잡았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죠. 처음에는 디자이너스클럽에서 시작해 유어스에 남성복, 여성복 매장이 들어올 때 그쪽으로 옮겨갔어요. 원단이나 소재 등의 퀄리티가 좋고, 기본기가 탄탄한 브랜드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APM Place 다이아몬드클래스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쪽으로 오게 되었죠.
Q. 어떤 계기로 패션 도매업을 시작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옷에 워낙 관심이 많았어요. 막연하게 내가 입고 싶은 옷, 갖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서 사람들이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밀리오레에서 소매매장을 운영하기도 했고, 인터넷 쇼핑몰도 창업했었는데요. 그 덕분에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빠르게 알 수 있었어요. 소매 사업을 하면서 자금을 열심히 모았고, 이후 도매업으로 넘어와 본격적으로 제가 원하는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Q. 소매부터 도매까지 패션사업을 운영하시면서 쉽지 않은 순간들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정말 24시간 돌아가는 게 동대문 패션이에요. 낮에는 디자인을 해야 하고 밤에는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처음 도매업을 시작했을 땐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서 혼자서 모든 일처리를 다 진행했어요. 출퇴근길에 쪽잠으로 눈을 붙이는 게 일상이었죠. 게다가 공장에서 사고가 생기거나 원단 수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쪽잠 자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생활하던 시간이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어요. 평소 좋아했던 연예인이 직접 저희 매장에 와서 촬영을 해가고, 우리 브랜드 옷을 마음에 들어했을 때 참 뿌듯했어요.
Q. 힘들었던 시기도 있으셨을 텐데 혹시 도매 사업을 하며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사실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은 제가 더 열심히 하며 견디면 되니까 괜찮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어려움이 오래 지속되고 있고, 사업은 점점 커져서 직원들도 많아진 지금 상황이 참 어렵네요. 직원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그런 것 같아요.
Q.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화가 더 가속화되었는데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며 사업을 운영 중이신가요?
사실 동대문은 사드, 메르스, 코로나19를 겪어올 때마다 크게 변화의 물결을 맞았어요. 때문에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대응 방안을 찾아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직접 옷가게를 찾아가 옷을 입어보고 구매했지만, 요즘은 다 모델 착장컷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잖아요. 도매도 똑같아요. 디지털화 되어가면서 도매 역시 온라인에서 브랜드가 더 돋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어렵다고 해서 멈춰 있기보다는 여러 방면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변화해야 하죠.
Q. 과거에는 동대문 하면 패션의 메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과거 동대문과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과거에는 도매하면 한 의류 스타일에 전문인 곳들이 많았어요. 가령 니트면 니트, 자켓이면 자켓 이렇게 한 가지 옷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판매하는 게 주류였죠. 하지만 이제는 도매 역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직접 착장을 코디하고, 모델컷을 촬영해 온라인에 올리고 홍보해야 하죠. 메르 역시 토탈 의류 브랜드로서 클래식한 무드에 트렌드를 접목시켜 의류는 물론, 거기에 어울리는 악세서리도 직접 코디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메르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메르만의 유니크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에 신경 쓰고 있어요. 유니섹스, 중성적인 느낌을 지향하기 때문에 남편과 디자인에 대해 서로 논의도 자주해요. 너무 여성적이지 않으면서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고 있기 때문에 남녀 고객 분들 모두 신선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특히 메르는 아우터 퀄리티가 높아서 자켓, 코트, 트위드 등이 인기가 많아요.
안감, 소재, 원단, 봉제 등 하나하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매 시즌마다 노력해요. 10년이 지나도 입을 수 있는 옷이 될 수 있도록 디테일에 강한 브랜드, 메르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죠. 고객들에게 최고인 브랜드보다 클래식을 바탕으로 함께 나이 들어가는 브랜드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고객의 젊은 시절부터 함께해 같이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그런 브랜드요.
Q. 마지막으로, 사장님에게 '동대문'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자부심이자 고향이죠. 사람들은 동대문 시장 이미지가 싫다고 하는데 저는 젊었을 때부터 동대문에서 일하면서 늘 자부심이 있었어요. 2020 파리쇼에 참석했었는데 그때 프라다 디자이너가 와서 명함을 주고 갔어요. 한국 디자이너들 눈여겨봐야겠다고 직접 이야기할 정도였죠. 그만큼 동대문 디자인만이 가진 분명한 힘이 있어요. 절대 명품 브랜드에 뒤지지 않아요.
저는 동대문 사람들 정말 멋지고, 너무 잘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동대문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고요. 사람들이 가진 ‘시장옷’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부터 퀄리티에 신경 쓰고 있고, 크루를 만들어서 동대문을 브랜드화할 수 있도록 모색 중이에요. 코로나 속에서 동대문 상가가 점점 더 힘들어져가고 있지만, 분명 더 나은 방향이 있다고 믿고 동대문의 힘을 알릴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파리, 뉴욕, 베를린 등지에서 먼저 알아본 동대문 디자인의 저력을 알기에 저에겐 동대문이 제 고향이자 자부심입니다.